미래에서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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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서 온 편지
산소를 그냥 숲에서
퍼먹던 날이 있었다는 게 정말인가요?
해와 별과 달이 자리를 바꾸어 피던 때도
정말 있었나요?
물살을 거슬러 오르는 물고기와
공중을 뛰놀던 백로가 있었다는 것도
사실인가요?
사람들이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활짝 웃고 떠들며 평화를 나누던
마을 이야기도 참말인가요?
먼저 가신 아버지 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그 부모님들
그런데 저희들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요?
산소 주머니를 차고 가슴을 부여잡으며
학교를 가서도 미세 플라스틱 물을 먹고
비만 내리면 처마에 숨어들고
밤이면 그 흐린 별을 보고 무슨 생각을
깜박여야 할까요?
냇가에는 악취가 점령하고
생명의 몸에는 부스럼이 가득해서 무서워요.
사람들은 검은 얼굴 가면을 쓰고
거리를 무표정하게 거닐고 모두들 유령처럼
하나같이 표정이 없어요
도대체 그때의 아름다운 거리와
숲과 늪과 논과 바다와 하늘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우리들 생각은 하지 않고 함부로 쓰고
함부로 버리고 함부로 베거나 잘라버리고
함부로 살생을 한 그 이유 때문에
우리들이 이렇게 살고 있는 건 아닌가요?
전설의 책을 보면 수많은 나라와
수많은 사람들이 눈과 입을 크게 뜨고 열어
두 손을 높이 치켜들고 지구의 위기를 외쳤다는데
왜 우리가 지금 이렇게 살아가야 하는 건가요?
보고싶지도 그립지도 않은 슬픈 조상님들과
지금의 이 자리를 바꿨으면 좋겠어요
풀 한 포기, 쌀 한 톨에 대한 명상이 사라진
우울한 거리에서 막 꺼져가는 우리들의 꺾인 무릎과
탁 막히는 목숨과 활화산처럼 솟는 분노를
그분들에게 다시 돌려드렸으면 해요
한번 잘못 선택하면 모든 생명과 세상이
무너지고 인간은 만고의 죄수가 되어
지구의 재앙을 직면하게 되리라는 것을
먼저 경험해 보시라고 이편지를 보냅니다
어떤 답장이 올지 몹시 궁금합니다.
미래에서 어느 꼬마 올림
□추신
왜 그렇게 사셨어요?
그렇게 하면서 즐거우셨나요?
우리의 피눈물을 생각은 하셨나요
산소를 그냥 숲에서
퍼먹던 날이 있었다는 게 정말인가요?
해와 별과 달이 자리를 바꾸어 피던 때도
정말 있었나요?
물살을 거슬러 오르는 물고기와
공중을 뛰놀던 백로가 있었다는 것도
사실인가요?
사람들이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활짝 웃고 떠들며 평화를 나누던
마을 이야기도 참말인가요?
먼저 가신 아버지 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그 부모님들
그런데 저희들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요?
산소 주머니를 차고 가슴을 부여잡으며
학교를 가서도 미세 플라스틱 물을 먹고
비만 내리면 처마에 숨어들고
밤이면 그 흐린 별을 보고 무슨 생각을
깜박여야 할까요?
냇가에는 악취가 점령하고
생명의 몸에는 부스럼이 가득해서 무서워요.
사람들은 검은 얼굴 가면을 쓰고
거리를 무표정하게 거닐고 모두들 유령처럼
하나같이 표정이 없어요
도대체 그때의 아름다운 거리와
숲과 늪과 논과 바다와 하늘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우리들 생각은 하지 않고 함부로 쓰고
함부로 버리고 함부로 베거나 잘라버리고
함부로 살생을 한 그 이유 때문에
우리들이 이렇게 살고 있는 건 아닌가요?
전설의 책을 보면 수많은 나라와
수많은 사람들이 눈과 입을 크게 뜨고 열어
두 손을 높이 치켜들고 지구의 위기를 외쳤다는데
왜 우리가 지금 이렇게 살아가야 하는 건가요?
보고싶지도 그립지도 않은 슬픈 조상님들과
지금의 이 자리를 바꿨으면 좋겠어요
풀 한 포기, 쌀 한 톨에 대한 명상이 사라진
우울한 거리에서 막 꺼져가는 우리들의 꺾인 무릎과
탁 막히는 목숨과 활화산처럼 솟는 분노를
그분들에게 다시 돌려드렸으면 해요
한번 잘못 선택하면 모든 생명과 세상이
무너지고 인간은 만고의 죄수가 되어
지구의 재앙을 직면하게 되리라는 것을
먼저 경험해 보시라고 이편지를 보냅니다
어떤 답장이 올지 몹시 궁금합니다.
미래에서 어느 꼬마 올림
□추신
왜 그렇게 사셨어요?
그렇게 하면서 즐거우셨나요?
우리의 피눈물을 생각은 하셨나요
- 다음글목련에게 미안하다 / 복효근 24.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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